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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와 윤리적 딜레마, 생명을 저울질하는 인공지능,책임은 누구에게

라잇고 2025. 4. 16. 20:24

자율주행차의 시대, 인공지능은 어떻게 생명을 판단해야 할까? 기술과 도덕이 충돌하는 순간, 우리가 마주해야 할 윤리적 과제를 탐구한다.

 

자율주행차와 윤리적 딜레마, 생명을 저울질하는 인공지능,책임은 누구에게

 

1.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딜레마, 어디까지 준비되었는가?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운전자를 대신하는 기술 그 이상이다. 도로 위의 복잡한 상황에서 수많은 선택지를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하며, 그 선택이 곧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딜레마는 ‘트롤리 문제(Trolley Problem)’로 알려진 윤리적 판단이다. 예를 들어, 도로를 가로지르는 보행자 무리를 피하려다 벽에 충돌하게 되면 차량 탑승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반대로 보행자를 그대로 치고 간다면 사회적, 법적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러한 문제 앞에서 인공지능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제조사마다 윤리적 우선순위를 다르게 설계할 수도 있으며, 각국의 법령도 다르다. 유럽연합은 인간 중심의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이를 각 제조사가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은 아직 불완전하다. 또한 윤리 판단 알고리즘이 오판을 할 경우,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적 공방도 복잡해진다. 자동차 제조사인가, 알고리즘을 설계한 프로그래머인가, 혹은 데이터를 제공한 기관인가? 우리는 기술 발전의 속도에 비해 윤리적, 법적 정비는 훨씬 더디게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2. 생명을 저울질하는 인공지능: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판단은 단순한 알고리즘의 연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 사회적 신뢰를 모두 포괄하는 중대한 도덕적 문제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생명을 우선시할지, 또는 최소한의 피해를 어떻게 판단할지 기준을 정하는 일은 단순한 수학 공식으로 대체할 수 없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판단을 미룰 수 없다. 실제 도로에서는 매 순간이 결단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기술자들은 ‘가중치 기반 윤리 모델’을 사용한다. 보행자의 수, 연령, 반응 시간,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여기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윤리적 편향’이다. 누군가의 생명이 수치화되고, 특정 조건에 따라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점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게 '판단 기준'을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인간 중심적 세계관과 사회적 가치관을 프로그램에 강제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윤리 판단 알고리즘은 다수의 선호를 반영할 수 있지만, 소수자 보호라는 기본 윤리를 놓칠 수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지점이지만, 그 합의 자체가 국가, 문화, 세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통일된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과적으로 자율주행차는 ‘무엇이 옳은가’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때로는 시험하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3.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법과 기술의 간극

인공지능이 윤리적 결정을 내린 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는 단순한 도덕적 질문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법적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차량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조종하는 레벨4 또는 레벨5 단계에서는 기존 법적 프레임워크가 무력해진다. 기계가 한 행동에 대해 인간이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조사들은 ‘우리는 시스템만 제공할 뿐, 실제 도로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보험사는 ‘기계 오류도 결국 인간의 설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다. 법률가들은 점점 더 기술의 복잡성에 발맞춰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법률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윤리 위원회가 개입해야 할 수준으로 복잡하다. 미국, 한국, 일본 등도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국제적 공통 기준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으면 피해자 구제도 어렵다. 특히 AI 판단의 ‘블랙박스 문제’로 인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분석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면, 법의 심판도 명확해질 수 없다. 따라서 기술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윤리적 판단을 포함한 알고리즘 설계 과정의 공개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4. 우리는 어떤 윤리를 선택해야 하는가?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어떤 윤리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기준은 단순히 효율이나 안전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존 전략까지 포함해야 한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정답을 요구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이 어떤 가치를 우선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일부 윤리학자들은 ‘윤리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향을 제안한다. 이는 한 가지 정답이 아니라, 지역과 문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윤리 알고리즘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접근은 ‘윤리적 투명성’이다. 사용자가 어떤 윤리 기준에 따라 차량이 작동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필요 시 이를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는 기술의 민주화를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차는 우리가 기술에 어떤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지를 묻는 존재다. 윤리는 인간만의 몫이라 여기던 과거의 관점을 벗어나, 기술이 새로운 존재로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도덕적 책임을 부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질문은 곧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화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