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격차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국제적 불균형의 상징이다. 이 글은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다국적 협력의 필요성과 실행 가능한 전략을 탐색하며, 디지털 인권과 지속가능 발전의 관점에서 해법을 제시한다.
디지털 불평등은 국경을 넘는다, 국제 공동 대응의 필요성
정보 격차는 더 이상 한 나라의 내부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글로벌한 이슈다. 인터넷 연결조차 어려운 국가가 있는가 하면, 최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사회 전반을 운영하는 나라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생활 편의의 차이를 넘어서 교육, 경제, 건강, 정치 참여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특히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우, 정보 인프라가 부족하여 국제 무역이나 과학 기술 협력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르게 벌어진다는 데 있다. 세계은행이나 유엔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IC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가 간 협력이 미흡하거나 지속성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또한 민간 기업의 기술 독점이 강화되면서, 기술이 공유되기보다는 상업적 이익 중심으로 분절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 격차는 자칫 디지털 식민주의라는 또 다른 착취 구조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 간 이해득실을 넘어서 인류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협력이다. 즉, 디지털 기술의 보편적 접근권을 하나의 ‘인권’으로 인식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 규범과 지원 구조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기술 이전과 공동 프로젝트, 실질적 협력 모델의 조건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 협력은 단순한 기기 보급이나 인터넷 설치를 넘어서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전략 중 하나는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이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가 자립적으로 기술을 유지·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과 역량 개발까지 포함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K-Smart 프로그램이나 유럽연합의 AfricaConnect3 사업은 단순한 접속 기회 제공을 넘어 현지 인력 양성, 교사 훈련, 로컬 창업 지원까지 포괄하고 있다. 또 다른 실질적 협력 모델은 ‘공동 연구 프로젝트’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동으로 ICT 기반 공공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작하는 방식은, 지식이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 교류의 구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다. 모든 지역이 동일한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역 맥락에 맞는 설계와 운영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단기 성과 중심의 접근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 진정한 협력의 출발점이다. 국제기구, NGO, 민간기업, 학계가 연합하는 다층적 협력 구조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인권과 글로벌 거버넌스, 미래를 위한 새로운 규범
정보 접근은 단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생존과 직결되는 ‘디지털 인권’의 문제다. 특히 팬데믹 이후 원격교육, 원격의료, 온라인 행정 서비스 등이 일상화되면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점점 배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은 ‘디지털 접근권’을 기본 인권의 일부로 간주하고, 국제 사회에 포괄적 거버넌스 구조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각국의 이해관계와 기술 주도권 경쟁으로 인해 단일한 규범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필요조건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한 실질적 대화와 합의 구조다. 이는 단순히 국가 간 조약을 넘어서,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규제와 책임도 포함해야 한다. 빅테크 기업은 자사의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방식이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자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디지털 윤리와 투명성, 기술적 공정성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국제적으로 이를 평가하고 감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미래 사회는 단순히 더 빠른 기술을 가진 사회가 아니라, 더 공정하고 포용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지향해야 하며, 그 출발점이 바로 국제적 협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