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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교육이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는가?

라잇고 2025. 3. 31. 08:53

원격교육은 접근성의 혁신이라 불리며 교육 격차를 줄이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진정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있는가? 이 글에서는 기술, 계층, 정책의 관점에서 그 실효성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원격교육이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는가?

 

기술은 평등할 수 있는가? 디지털 접근성과 그 그림자

원격교육은 겉보기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회처럼 보인다. 누구나 인터넷만 연결되면 강의를 듣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접속 가능성’은 단순한 인터넷 연결 여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기기, 고속 네트워크, 조용한 학습 환경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진정한 교육 참여가 가능하다. 실제로 농촌이나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노후된 스마트폰 하나에 의존하거나, 가족 모두가 한 대의 컴퓨터를 돌아가며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영상 스트리밍을 원활하게 보지 못하거나 접속이 끊기는 환경에 놓인 학생들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기기의 격차가 학습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며, 오히려 기존의 교육 불평등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생산한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청소년처럼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이 부족한 경우, 부모의 도움 없이는 원격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따라서 기술은 평등의 도구가 되기보다, 새로운 유형의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결국 ‘접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곧 ‘학습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라는 사회적 필터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 평등의 이상과 현실, 원격수업의 계층적 효과

원격교육은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허물며 ‘누구나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는 이상을 구현하려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이상과 거리가 멀다. 학습자의 자기주도 능력, 가족의 지원 정도, 주거 환경 등이 수업의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상위 계층의 학생들은 양질의 디지털 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교육이나 부모의 지도 아래 원격수업의 빈틈을 보완할 수 있다. 반면 취약 계층의 아이들은 그 틈을 메우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된다. 같은 수업을 보더라도 흡수하는 양이 다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특히 원격수업은 질문과 피드백이 제한되기 때문에, 학습 난이도가 높을수록 불리한 학생들이 더욱 불이익을 겪는다. 이는 교육의 비대면화가 곧 '능력 중심'이라는 이름 아래 계층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원격수업을 통해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선, 최소한 모든 학생이 같은 출발선에 서 있도록 환경적·정책적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격교육은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시스템은 준비되었는가? 원격교육의 지속성과 사회적 책무

팬데믹 이후 원격교육은 일시적 대안에서 점차 상시적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시스템 전체가 이에 맞게 설계되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교사들의 원격교육 역량, 학교의 IT 인프라, 평가 시스템의 신뢰성 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공교육 시스템은 원격수업을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으며, 그 안에 사회적 불평등을 보완할 장치가 부족하다. 예컨대 교육청 차원의 통합 플랫폼 구축이나,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디지털 장비 무상 지원은 일부 지역에만 한정되어 있다. 또한 교육 내용의 표준화와 질 관리가 미비하여, 지역별·학교별 격차가 더욱 부각된다. 무엇보다 원격수업에 대한 교육철학적 성찰이 부재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단순히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옮겼다’는 식의 접근은 교육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동체 경험을 포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격교육이 진정한 불평등 해소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 이상의 준비, 즉 시스템 전반의 개편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